송미선 시인

연화사 소묘

<송미선 시인>
 

 
바위에 기댔는지 바위를 품었는지
쓰개치마 입은 듯 품을 내준 치자나무 아래에서
바위는 하얀 꽃을 피운다
어둠에 묻힐까 봐 밤새 뜬눈이던 키낮은 가로등은
향기에 취해
낮에도 불을 켜고 있다
 
연꽃 위에 서있는 칠층석탑 뒤로
호위병처럼 둘러싼 대숲
댓잎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 사람소리
그림자 다섯 데려와 연못에 발 담근다

 

시인 약력
2011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김해의 옛 중심지 동상동에 있는 연화사는 연못 위에 절이 떠 있는 형상이다. 이곳 바위와 치자나무 꽃향기는 시 공간 속에서 돌올하다. 어둠에 묻힐까 봐 밤새 뜬 눈이던 가로등은 향기에 취해 낮에도 불을 켜고 있다는 표현이 좋다. 연꽃과 석탑과 대숲이 조화롭고 더하여 새소리와 사람소리의 어울림은 서정을 한껏 고무(鼓舞)시킨다. 그림자 다섯 데려와 연못에 발 담그는 여유까지, 명암으로 그려지는 ‘소묘’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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