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석 ◈경영학 박사◈

인류학사상 어느 사회이건 그 사회의 가치관을 구체화하여 반영하는 화신으로서의 영웅이 탄생을 한다.

따라서 그 사회가 숭배하고 모방의 귀감으로 삼은 영웅은 그 사회의 역사, 문화, 정치, 종교 등의 사회현상과 더불어 커뮤니케이션의 유형과도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현대사회와 같이 다원적인 조직사회에서는 전통사회의 단일가치체계를 갖기가 어렵고 여기에서 빚어지는 가치 혼란은 영웅을 수용하는 수용자의 가치판단에 혼란을 야기하기가 쉽다.

특히 오늘날처럼 매스미디어가 대중영웅을 즐겨 만들어내는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다시 말해서 목적을 가지고 수용자들에게 영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경우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영웅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전체주의가 개입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가치가 공감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점과 탄생배경이 수용자들의 묵시적 동의를 얻어야 영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급진적인 언론인 칼라일은 영웅의 조건으로서 많은 사람을 열광케 하는 장군이나 정치가가 아니라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고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으면서 인류가 지향해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데 성공한 사람이 영웅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지금 당장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헌신적인 일에 매진한다면 그가 바로 영웅이며, 반드시 수용자의 묵시적 합의하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어떠한 의도를 갖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5공 때 언론 통제를 주도했던 허문도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난세를 치세로 바꾼 영웅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그러나 의도로 주도한 영웅상은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함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정치사를 살펴보면, 통치적 수단의 차원에서 영웅을 선정하여 정치, 사회적 도구로 활용한 사례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구 소련에서 시작되어,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에서는 타인의 모범 및 귀감이 될 만한 노동자, 지식인 등을 선정해 표창 받은 자에 대한 칭호로 영웅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으로 사회주의노력영웅이 있으며, 할당량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한 생산단위에 대해서도 영웅칭호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사회주의나 전체주의에서는 영웅의 역할이 지대한 것이다.

그래서 선전과 선동의 의미로 영웅을 정략의 도구로 즐겨 삼았던 것이다.

우리사회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모든 의료인과 국민들은 자신의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며 방향도 없이 내질러대는 몹쓸 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때 자연스럽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K방역의 영웅으로 등장하였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녀를 코로나19의 방역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매체와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인 영웅으로 등단시키게 된다면 자칫 전체주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어느 곳이나 허와 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때 사회적 정당성은 신뢰의 크기와도 비례한다.

아직 수용자들의 객관적 척도에 대한 판단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와 실을 배제하고 영웅이 만들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더불어 차관급 인사발령에 대통령이 지방인 청주까지 직접 찾아가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축하드린다.

세계에서 모범으로 인정받을 k방역의 영웅이 바로 정은경청장이다.” 라고 한 것은 수용자의 묵시적 동의를 얻기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

영웅의 조건은 수용자가 의미부여를 해야 되는 일이다.

혹시나 정부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전체주의 성향을 감추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닌가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면 퍽이나 염려스러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영웅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그 영웅을 숭배하도록 만들기 위해, 영웅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과학적인 데이터가 어떤지에 대한 관심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웅이 더 부각이 되기 위해선 영웅이 물리쳐야 될 악당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렇게 영웅을 만들어 냈고 그리고 악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항상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함을 볼 수 있었다. 혹시나 정은경 청장의 경우가 그 프레임에 빠진다면 수용자의 묵시적 동의는 가능할까가 매우 걱정스럽다.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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