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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을 통해 보는 역사

기사승인 2020.02.25  11: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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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440p / 1만 7천 800원
 

가느다란 실. 힘주어 잡아당기거나 가위로 자르면 끊어지는 실이 총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책의 서두에 있는 문장은 이렇다. “지금 책에서 눈을 떼고 자기 자신을 보라. 옷으로 감싸인 당신의 몸이 보일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총은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역사의 흐름에서 가장 강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책은 총보다 더 강한 것이 실이었다고 말한다. 하긴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도 군복은 입어야 했을 것이다. 어떤 기능적 직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은 어떨까. 아마 의류복식사 최첨단의 지식이 집약되었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옷을 만들어 입는다. 실을 잣고, 직물을 짜고, 옷을 만든다. 인류는 어떻게 하면 더 멋있게, 더 기능적으로 옷을 만들 것인가 늘 연구해왔다. 이런 노력은 아주 까마득한 고대 선사시대부터 해 왔다. 그런 면에서 인류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실, 직물, 옷의 연구는 중요한 부분이다.
 
고고학은 썩지 않고 땅 속에 남아있는 유물들로 역사를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고 이름 지었다. 직물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카프카즈산맥 상에 위치한 그루지야의 줏주아나 동굴에서 인류 최초의 섬유가 발견되었다. 현재로서는 인류가 사용한 섬유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 섬유가 발견되면서 우리는 조상들을 전혀 다르게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돌과 창을 들고 다니는 남성적인 모습이 아니라, 직물이라는 부드러운 물질을 다룰 줄 아는 섬세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것은 일상생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선사시대 온대 지방에서는 옷감 짜는 일에 드는 시간이 도자기 굽는 일과 식량 구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합친 것보다 길었다. 실을 잣고 옷을 만드는 일은 아주 오랫동안 여성들의 일이었다. 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한 장소에 모여 몇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노동을 했다. 여성들은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구전돼 왔다.
 
고집 세고 사나운 바이킹족의 생활에는 부드러운 양모 털실이 반드시 필요했다. 고급스러운 비단과 따뜻한 모직물은 실크로드와 같은 교역로를 통해 거래됐다. 실크로드는 서로 다른 문명들 사이에 사상과 기술의 교환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이 오갔던 역사의 길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방적 공장에서 일했다. 그들이 버는 돈은 산업혁명 직전까지 빈곤층 가구 가계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이 책은 실을 통해 역사를 보게 해 새로운 시각을 넓혀준다. 권력과 힘이 만들어낸 역사가 아니라, 작지만 끈질기게 역사를 움직여온 일상의 역사이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 주류의 역사는 '힘의 서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을 꿰었던 바늘의 눈처럼 좀 더 세밀하게 역사를 보면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 가닥의 실에서 시작된 역사가 흥미롭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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