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세계사

 

철도의 세계사 / 크리스티안 월마 지음, 배현 옮김 / 다시봄 / 540p / 2만 5천 원

 
 

 기차는 많은 사람과 물자를 빠른 시간에 이동시킨다. 어렸을 때 탄 기차와 비교해보면 요즘 기차의 속도는 말할 수 없이 빠르다. 철도가 놓이고 기차가 달리기 전의 세상은 어땠을까. 그 후에는 세상이 또 얼마나 바뀌었을까.

 철도는 인류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변혁을 재촉했다. 철도는 19세기 초부터 말에 이르는 한 세기 사이에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태어난 땅에서 살면서 삶의 터전을 거의 벗어나지 않던 사람들이 철도가 놓인 뒤에는 단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하게 됐다. 철도가 발달한 덕분에 대규모 제조업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산업혁명이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났다. 철도는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토대가 되어주었다.

 1825년 영국이 철도 건설을 시작하자 모든 나라에서 그 뒤를 따랐다. 철도의 시작은 교통수단의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거의 모든 분야의 발전이 따라온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유럽의 일부 군주들은 철도가 군대를 신속하게 이동시켜 폭동 진압에 도움이 된다는 그럴싸한 논리에 마음이 움직여 철도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철도 위로 기차가 달리면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일어났다.

 철도가 처음 생겼을 때는 이상한 헛소문도 많이 돌았다. 거대한 무쇠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걸 처음 본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철도가 달리는 걸 본 젖소가 겁에 질려 우유가 안 나온다거나 양의 털이 변색될 것이고, 시속 48㎞에 이르면 승객들이 숨을 쉴 수 없으리라는 주장도 난무했다. 철도의 속도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었고, “태양은 이제 출근 시간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왔다.

 철도를 떼어놓고는 근현대 경제사를 말하기 어렵다. 철도는 현대적 용광로 기술 발전을 자극했고, 철강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각 나라가 철도를 만들기 시작하던 당시에는 철도 건설이 가장 덩치 큰 인프라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자연스레 채권시장이 생겨나고, 자금 조달(파이낸싱) 이외에 채권 거래와 보험·평가 등 현대적 의미의 자본시장 뼈대가 만들어졌다.

 미국이야말로 철도가 만든 나라이다. 북미 대륙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철도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하나의 철도로 연결시켰다. 이 철도가 완공되는 순간, 미국은 후발 산업국가로 우뚝 서고, 세계의 패권자가 될 채비를 끝냈던 것이다.

 그러나 철도는 노동자의 피로 만들어졌다. 철도 건설 현장은 지옥이었다. 시베리아에서는 죄수들을 동원해 철도를 건설했는데 1년간 일하면 형기 2년을 감해줘 많은 죄수들이 철도 건설 현장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 죄수들은 감형 2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철도 건설 현장에서 죽었다. 파나마 관통 대륙횡단철도는 철로 1.6㎞당 120명 꼴로 건설 노동자 목숨이 스러지며 완성돼 ‘지옥에 놓은 철도’로 불린다. 제국주의 침탈의 선두자리에 선 것도 철도였다.

 철도의 기원에서 현대까지 망라한 역사를 통해 세계의 주요 철도가 언제 어떻게 놓이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철도가 만든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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