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

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 / 김종만 글, 김혜원 그림 / 보리 / 336p / 1만 8천 원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은 보는 사람들까지도 즐겁게 한다. 아이는 놀고 있을 때 가장 아이답고 행복하다. 그런데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방과 후 수업과 학원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놀 시간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업에 시달리는 동안 놀이는 점점 사라지고, 또 잊혀졌다. 부모에서 자녀로 형에서 아우로 이어지던 놀이, 친구에서 친구로 전해지던 놀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재미난 방법이 보태지던 놀이의 맥이 끊겼다. 요즘 아이들은 노는 방식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몸으로 부딪히고, 땀을 흘리는 놀이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데, 이젠 놀이 방법도 모른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자고 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일정을 정해놓고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고 함께 노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노력은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책, <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을 소개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하고 놀았던 놀이 145가지를 정리했다. 놀이를 찾아 정리한 분은 김종만 선생님이다.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살며 아이들과 재미난 놀이를 했던 저자는 2013년에 돌아가셨다. 책 속 그림은 김혜원 화가가 그렸다. 그림과 놀이방법을 함께 보면, 그 놀이를 할 줄 몰라도 바로 놀이를 해 볼 수 있도록 그렸다.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숨바꼭질, 고무줄 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공기받기, 소꿉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보면 어린 시절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누구야 놀~자” 외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고, 함께 놀 친구를 찾으면서 놀이가 시작됐다. 그것이 이미 놀이였다.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해가 질 무렵까지 놀고 있으면 골목 끝에 엄마가 나와서 큰 소리로 ‘그만 놀고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불렀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더 놀고 싶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시절 마음껏 놀았던 행복한 추억을 가진 어른들이 왜 아이들에게 ‘놀이’라는 행복을 주지 못하는 걸까. 기성세대는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김종만 선생님은 놀이의 속성이란 ‘긴장과 신명의 풀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술래는 쫓고 술래를 피해 달아다나가 잡히는 놀이를 하면서 느끼는 촉각의 예리함, 양편으로 갈라져서 다툴 때 한바탕의 결전을 앞둔 숨가쁨, 긴장의 순간을 넘기고 맞은 기쁨의 탄성이 있다.  그런 짜릿한 감정의 들끓음이야말로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을 잊게 하고 새로운 삶의 생명력을 획득하는 계기를 열어준다. 놀이란 성장기에서 성년기로 상승발전하는 과도기의 생존방식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성취감, 협동, 사회 규범, 타협, 감정의 조절을 몸에 익히면서 성장한다. 그런데 놀이가 사라지면서, 사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는 성장의 자양분까지 잃어버렸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기 바란다면 놀이부터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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