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 / 232p / 1만 4천 원

  “자전거에 견줄 만한 사회 혁명은 없다. 바퀴 위에 앉은 인간은 기존의 수많은 공정과 사회생활의 형태를 바꾸었다. 모든 미국인이 자전거를 타게 된 이후 마침내 만인 평등의 위대한 원칙이 실현되었다.”
 
 1910년대 미국의 잡지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에 실린 기사이다. 기사의 배경은 세계적인 부호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었다. 자전거 마니아였던 록펠러.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였던 록펠러도 자신이 탄, 자전거의 페달을 다른 사람에게 밟으라고 시킬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출근하는 평범한 남자처럼 록펠러도 열심히 페달을 밝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환호했고 이런 기사가 실렸던 것이다.

 2017년은 자전거가 탄생한 지 200주년 되는 해였다. 200주년을 기념하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자전거 전문가인 한스-에르하르트 레싱이 자전거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정리해 이 책을 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당시 신문과 잡지 기사는 물론 풍부한 사진과 삽화를 활용해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물론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전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앞 다투어 기술 경쟁을 벌임으로써 품질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점점 더 떨어져서 1910년대에 이르면 일반 노동자들도 그리 큰 부담 없이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가 세상에 퍼져 나갔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운송 수단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말을 타거나 마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과 마차는 부자인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둘째는 자전거를 움직이려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는 누구나 공평하게 온전히 자기 힘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큰 자유를 얻은 것은 여성이었다. 자전거가 아무리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일은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도덕한 행실로 간주되어 비난을 받았다.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젊은 여성은 반드시 보살펴줄 사람을 대동해야 외출할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바지를 입는다든가, 몸가짐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몇 용감한 여성이 먼저 자전거에 올라탔고, 그 뒤를 이어 수많은 여성들이 자전거가 안겨주는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것은 단순히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여성을 얽어매고 있던 법과 사회의 제약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상징적인 행위였다.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여성 의복에도 혁명이 뒤따랐다.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19세기 말 자전거의 인기는 유럽과 미국에서 정점에 달하면서 신혼부부의 결혼 선물 목록에 오른다. 이전까지는 피아노가 인기였다. 한 피아노 제작공은 “피아노 상인이 살길은 피아노를 자전거와 묶어서 파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자전거와 함께 해 온 200년 동안 바뀐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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