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허균 편집국장.

 "내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나? 살아온 인생과 남아 있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자신만의 자서전을 만들면서 보잘것없는 내 인생에 하나는 남겼구나. 내가 이걸 만들어 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서전을 만들고 나서 보니, 엄청난 성취감이 밀려왔고 자존감을 찾았다. 자서전을 만들며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온 나 자신에게 우선 감사했고 잘 커준 아이들과 아직 함께하고 있는 배우자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진영한빛도서관(이하 한빛도서관)이 지역 어르신 6인과 함께 제작한 '그림책 자서전'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한빛도서관은 지난 4월 노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림책 자서전' 제작은 노년의 인문학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림책 자서전'은 지역에서 참여한 60~70대 어르신 6인이 동화 작가의 지도를 받아 그림과 글로 자신의 과거와 이후 인생이 표현됐다.
 
 도서관이 발굴한 지역 작가 6인은 각자의 살아온 세월의 기억을 더듬으며 2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입, 그들만의 자서전 6편을 제작했다. 자서전을 펴낸 6인은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월남전에 참전하신 할아버지 한 분과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간직하고 계신 할머니 다섯 분이다. 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던 유년시절과 사랑과 결혼, 자녀를 키우며 보낸 시간과 현재 자신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물론, 이들이 원하는 앞으로의 미래도 자서전에 담겨있다. 이들 중 어떤 이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며 무난한 삶을 살고 계시는 분도 있고, 조금은 굴곡 있는 삶을 살아온 분도 계셨다. 홍익대 미대 출신에 한국무용을 전공하신 분도 있었고,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자서전 작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2개월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살아온 인생을 정리했고, 남아 있는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역 어르신의 자서전 제작사업을 제안한 편민아 한빛도서관 사서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많이들 슬퍼하셨다"며 "처음에는 자신의 자서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두려워했지만 너무 잘 참여해 즐겁게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회상했다.

 그림책 자서전 작업에 함께한 김정우(여·60) 씨는 "처음에는 고민도 하고 걱정도 했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도 좋았고 결과물도 너무 좋았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제안사업으로 진행된 한빛도서관의 '노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3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결과물인 6인의 그림책 자서전을 살피며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프로그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됐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빛도서관에서 제작한 그림책 자서전이 허접하다는 뜻은 아니다. 더 많은 지역 시니어가 '그림책 자서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에 만들어질 '그림책 자서전'은 퀄리티가 더 나아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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