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18]

오동나무 꽃 진 자리

 오동나무 꽃 진 자리 / 김인배 지음 / 푸른사상 / 345p / 1만 6천 원

“김해성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여기는 왜적의 침입로에 있는 제1차 방어선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도망칠 곳이 있다고 생각지도 말라. 성을 사수하다가 죽을지언정 한 치도 물러서 수 없다는 걸 명심하라.”

 김인배 소설가의 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의 한 구절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 짓밟힐 위기에 놓인 김해를 지키기 위해 나선 송빈의 외침이다. 이 소설은 청주송씨 4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송빈의 부친 송창부터 송빈의 장남 송정백과 손자 송제성에 이르기까지 담고 있다.

 임진왜란으로 온 나라가 왜군의 말발굽 아래 신음할 때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김해에서도 왜군의 침략에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던진 의로운 이들이 있었다. 김해성 전투에서 전사한 의병장 송빈(1542~1592), 김득기(1549~1592), 이대형(1543~1592), 류식(1552~1592)은 왜란 중 조선 최초로 일어난 의병장들이다. 김해에는 그들의 공을 기리는 사충단(경상남도 기념물 제99호·동상동 소재)이 있다. 김해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인배 소설가는 ‘오동나무 꽃 진 자리’를 쓰면서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송빈과 이대형, 김득기, 유식 등 의병장 4명이 전사하고 이틀 뒤인 4월 22일에야 의령의 곽재우가 의병으로 나섰다. 그는 김해성 함락 소식을 듣고 하인 10명과 출발한 뒤 창의군 50명을 조직했다. 이것이 임진왜란 최초의 의병으로 후세에 잘못 알려졌다. 이때 사관들은 김해성의 사충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소설은 유성이 떨어지던 밤에 송빈을 낳은 송창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송창은 진영 하계리에 처음 터전을 잡은 청주송씨의 입향조인 송승은의 4대손이다. 송승은이 성균관 대사성 벼슬을 버리고 하계리로 내려온 이후 송창 때에 이르러 청주송씨 문중은 번창의 기초를 닦았다.

 송빈은 어려서부터 명민했다. 자라면서 ‘대의’라는 참다운 삶의 의미를 새겼다. 임진년에 김해성을 사수하기 위해 벌인 나흘간의 전투 장면은 김인배 소설가의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관군의 지원 없이 의병들이 왜군과 맞서 싸운 임진왜란 최초의 격렬한 전투는 현장감 있게 묘사됐다. 송빈이 장렬하게 순국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송빈의 순국 후, 장남 송정백은 의병장 곽재우의 휘하에 들어간다. 송정백은 김해의 의병장으로 활약하면서 영남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왜군과 싸우며 여러 번 전공을 세웠다. 전란이 끝나고 난 뒤에는, 과거에 급제하고도 끝내 벼슬길에 나가기를 거부했다. 부친에 이어 대의를 지키며 속세의 명리를 탐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송정백의 둘째아들 송제성은 딸만 둘을 둔 숙부 송정남의 양자로 들어가 사천공파의 맥을 잇는다. 송제성은 평생 학자의 길을 걸은 인물이다.

 송창, 송빈, 송정백, 송제성.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개인주의와 물질만능 사고방식이 팽배한 현대사회에 ‘대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임진왜란 때 김해를 지키다 순국한 사충신의 이야기도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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