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방 17]

 

약방집 예배당

 약방집 예배당 / 박경숙 지음 / 홍성사 / 408p / 1만2천 원


 구한말, 이 땅에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교회들은 대부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교회는 4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교회가 선교사들이 세운 것이다. 그런데 김해에는 조선인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있다. 김해교회이다. 북한지역을 제외하고, 남한지역에서는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교회라는 것이 김해교회의 설명이다.

 김해교회의 설립자는 배성두(1840~1922)장로이다. 그는 김해교회를 중심으로 복음을 펼치며 교육, 의료, 빈민구제, 애국활동을 펼쳤다. 배성두 장로의 아들 배동석은 독립열사로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

 한국 교회의 개척과 독립 운동으로 순국한 배씨 일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약방집 예배당’이다. 18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200여 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배씨 일가의 흥망성쇠를 담은 실화 소설이다.

 조선시대에 신유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김해로 도피한 충주 관찰사 ‘배수우’, 한국 교회 초기에 신앙의 박해를 헤치고 학교와 교회를 세운 ‘배성두’, 일제강점기에 삼일운동의 주동자로 투쟁하다 감옥에 갇혀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배동석’ 등 배씨 일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배씨 일가의 가족사를 통해 한국 초대 교회의 성장과 박해의 과정을 따라가며, 일제강점기에 신앙의 힘으로 벌어진 독립운동을 증언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이민사의 출발을 보여준다. 2007년에 출간됐는데, 그 해에 <제24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신앙일반 국내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문판으로도 출간돼 미국에서도 판매됐다. 저자 박경숙 씨는 1992년 미국에 이민을 가서 1994년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이다.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이 책이 교회와 믿음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배씨 일가의 삶을 통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김해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충주 관찰사 배수우는 김해를 도피처로 정하고 1801년 고향을 떠났으나, 김해에 도착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배수우의 이들 배광국은 가족을 이끌고 무사히 김해로 왔다. 배광국은 현 동상동에서 ‘강주부’로 불리던 사람에게 한의학을 배워 약방을 열었다. 1840년에 배성두가 태어났다. 배성두는 부산에서 한국인 전도자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을 만나 기독교 신자가 됐다. 이 사실은 ‘부산경남지방 기독교회의 선구자들’(고신대학교출판부, 2012)에도 기록돼 있다.

 기록의 근거는 부산에서 활동했던 초기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의 일기이다.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지난 금요일 배 씨라고 하는 나이 많은 분이 김해에서 브라운 의사 부인의 유모 남편과 함께 사랑방으로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에게 몇 권의 책을 팔았는데, 그 중의 한 권이 마태복음서이다.”

 베어드 선교사를 만나고 김해로 돌아온 배성두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전도를 시작했고, 동상동 약방에서 정기적인 예배를 가졌다. 그것이 김해교회의 산실이다. 그래서 ‘약방집 예배당’으로 불렸다. 종교와 상관없이 김해 역사의 한 장면이 담긴 이 책을 김해에서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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